사회복지현상실습 이야기: 우울하지만 괜찮아

2020. 9. 6. 10:19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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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현장실습을 하기 위해서는 실습 이수학점(전공4, 전선2)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즉, 실습이수학점 성적이 나와야 실습을 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 전 과정 끝나고 현상실습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2학기 수업을 병행하면서 현장 실습을 한다. 타이트한 일정에 몸도 마음도 지치지만 사회복지사 자격증취득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얼마전에 본 영화 스토리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하는 현장실습을 달가워하지 않는 학생이 있었는데 교수가 하도 닦달해서 결국은 바다로 실습을 나간다. 이 실습생이 탈 배는 금방이라도 가라앉게 생길 만큼 낡았다. 그 배의 선장은 이런 배조차 빼앗길 만큼 경제적으로 시달려서 돈이 필요해서 내키지 않지만 실습생을 받아들인다. 실습생은 빨강머리인데, 뱃사람들에게 빨강머리는 불길함의 상징이다. 스토리는 바다 괴생명체가 나타나서 사투를 벌이고 그 실습생은 인류를 위해 장렬하게 목숨을 버린다. 이 영화를 보며 느낀 생간은, 괜히 교수가 실습나라가고 해서 죽었네... 교수가 억지로 시키지만 않았어도 안 죽었을텐데...

실습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이렇게 우울하다. 우리나라 복지 분야가 나아갈 방향을 잃은 건 아닌가한다. 사실 120시간의 실습경험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무리가 따르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실습처의 센터장을 코코라고 불렀다. 코코란 말을 듣고 귀엽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코코란 사이코의 코자를 따서 코코라고 불렀다. 또 다른 사람은 그곳을 독재자집이라고 했다.

실습 첫날을 센터장이 나에게 휴지 몇 칸을 뭉쳐서 만든 작은 뭉치에 물을 묻혀 주더니 장판지 바닥과 벽에 있는 검은 곰팡이를 닦으라고 했다. 그동안 실습 현실에 대한 수많은 글을 읽어 마음의 무장을 하고 온 나는 열심히 곰팡이를 닦았다. 나의 지인은 한 여름 땀 한바가지 흘리며 노예처럼 일하고 왔다고 한다. 실습생의 첫날은 이렇게 시작된다. 센터장도 오랜 경험과 실습생 다루는 노하우가 있어서, 첫날은 대부분 혼이 나가도록 빡세게 시키지만, 다음날은 유도리 있게 살살 일을 시킨다.

청소 말고 또다는 주 업무는 센터에 오는 아동들을 위한 식사준비다. 조리 담당하시는 분이 있지만 일손이 부족하다. 다수의 실습생들이 붙어서 재료 다듬기, 음식조리와 설거지를 한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대량의 돈가스를 튀겼다. 기름에 대한 위험한 경험이 있어 집에서 튀김요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습처에서 대량의 기름이 담긴 프라이팬(속이 깊고 밑바닥이 둥글어서 튀김용으로 전혀 적합하지 않은)으로 돈가스를 튀겨보는 값진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들은 교육원에 30만원을 내고, 실습처에 다시 15만원(그 외로 식비, 차비...)을 내고서야 할 수 있는 경험이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실습지에 쓰면 어떤가. 하지만 실습지에는 절대 쓰면 안된다고, 교육처와 실습교수님은 강조한다. 말을 순화해서 환경미화 등등으로 바꿔야 한다. 하지만 실습 한 거라고는 청소와 설거지, 식사 준비, 그리고 잠시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뿐인데 120시간의 실습일지를 어떻게 채우는가가 큰 고민거리이다. 20%의 경험과 80%의 꾸며낸 이야기로 멋지게 포장된 실습일지 한 권을 제본하고 나면, 나도 언젠가 소설가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어볼 수 있다.

현장실습에 대해 왜 이러한 지침을 주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다운 일을 배우라는 바람직한 의도이다. 하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지침은 실습생들의 돈과 시간, 기운과 열정을 소모시키는 정말 쓸모없는 짓이다. 차라리 있는 그대로 쓰게 하자. 청소나 음식준비 설거지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실습생들의 일지를 통해서 실습생을 노예처럼(돈까지 받으면서)부려먹는 행태를 부리는 실습처는 다음 해 실습명단에서 제외하면 될 것이다. 제외당하지 않기 위해 실습처는 제대로 된 실습을 위한 준비를 할 것이다. 사실, 이글을 쓰면서도 얽히고설힌 관계와, 사회복지시설의 일손 부족, 정책 등을 생각할 때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쌓이고 쌓인 부조리한 일일지라도 어딘가 틈이 생길 것이고, 그 틈으로 햇살이 비칠 때, 부조리의 벽은 무너질 것이다.

전국에 있는 복지센터가 모두 그런 건 아니다. 물론 블로그나 카페 글을 보면 실습하고 나서 복지 분야에 대한 정이 떨어졌다는 실습생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가끔 복지시설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보람을 느꼈고, 나중에 그곳에 취직 되었다는 이들도 있다.

복지를 돈 버는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돈을 벌고 싶으면 다른 사업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에게도, 이 세상에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다. 노력할 생각은 안하고 앞에서는 남을 도와주는 척하고 뒤로는 돈을 벌어서 본인과 가족만 편하게 살려고 하면 안 된다.

이런 우울한 이야기를 접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했던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르겠다. 퇴직 후를 대비해서 따려고 했던 자격증이니 말이다.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복지를 바꿀 변화가 당신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May You.
Ma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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