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3. 10:21ㆍ자기계발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극히 개인적인 이유에 대해 말해보겠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왜일까. 물어보면 아마도 이런 대답할 것이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노인관련분야의 직업이 앞으로 유망해질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비로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얼마나 멋진 답변인가. 미래 유망 산업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자세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멋지고 탁월한 선택에 대해 이렇게 포장해서 말할 것이다.
사실 내 경우 20% 정도는 그런 면도 있지만 80%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의 30대 중반부터 10년간은 우울했다. 10대 20대 시절도 꽃같이 아름다운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나의 청년기 후반은 되는 일 하나 없이 끝없는 어둠의 터널의 끝이 있다는 걸 믿으며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해 산에 자주 다녔다. 자연을 보고 느끼며 홀로 걷다보면 어느새 스트레스도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산 중턱이 있는 자그마한 암자 옆에 피어있는 예쁜 꽃을 보았다. 이 꽃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꽃 이름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 꽃 이름은 ‘천사의 나팔’이었다. 이름을 가진 것들 중 그 이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 있다. ‘천사의 나팔꽃’이 바로 그렇다. 아름다움에 한참 취해 있는데, 홀로 산행을 하던 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둘의 공통점은 꽃구경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꽃 이름을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초면이지만 공동의 관심사가 있으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산을 내려왔다. 사람들 심리 중에 낯 선 이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는 성향이 있다는 걸 경험해 본적이 있는가?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나의 어려움이나 우울함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숨기고 싶은 것이다. 혹시나 나를 깔보거나 불쌍하게 여길까봐 말이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의 마지막 대화는 점집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철학관이나 타로 집에는 몇 번 가봤지만 무당이나 선녀가 있는 점집에는 가본 적이 없다. 한번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은 있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가보질 못했다. 오래 전에, 가족 중 한 사람이 점집에 갔는데 무당이 고함질렀단다. “썩 나가라, 예수 믿는 사람이 오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이다. 나는 두 가지가 두려웠다. 하나는 쫓겨날까봐, 또 다른 하나는 무당이 내가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주지 못할까봐. 흔히 말하는 날라리 크리스천임이 탄로 날까봐.
그 아줌마는 용한 점집을 안다고 했다. 예전에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미아리 길을 걸었고, 그 수많은 점집 중에 한 곳이 끌려서 들어갔는데……. 용하다 어쩌다……. 등등 그 다음은 누구나 다 아는 결말들 말이다. 혹 하는 마음에 다음날 그 선녀 집에 가보자고 약속을 잡았다. 약속을 하고 집에 오니, 제 정신이 돌아오면서 어찌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점집에 가자고 했는지 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튼 사람이 스트레스에 쌓이면 합리적이고 온전한 생각을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검색의 달인인 나는 점집, 무당집 경험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수많은 정보를 찾아서 내린 우선순위 1은 초면에 굿을 하라고 권하면 무조건 믿고 거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명심하고 점집에 갔다. 점집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부류일까?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점집을 가는 그 마음은 어딘가 불안하고 의지할 곳 없는 상태임이 틀림없다. 에너지 넘치고 자신감으로 확신이 차 있는 사람이 점집을 찾아갈까? 되는 일 없거나 지금은 잘 되고 있어도 조만간 어떻게 될지 모를 때 찾아가는 곳이 점집이다. 그런 인간의 심리를 잘 이용할 줄 아는 곳이 바로 점집이다.
예상대로 그 선녀라는 사람은 나에게 겁을 주었고.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굿을 하자는 거였다. 나는 첫 번째 원칙을 생각했다.
초면에 굿하라는 곳은 믿고 거르라
굿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자 값을 깎아준다고 제안했다. 특별히 나에게는 200만원을 깎아준다고 하며 더 이상은 깎을 수 없다고 했다. 이런 파격적인 제안에도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굿을 제안하며, 굿만 하면 안 풀릴 일이 없는 듯 나를 홀렸다. 내가 계속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최종적으로 나 자신을 찾은 굿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굿만 하면 위축된 내가 힘과 용기를 얻어 당당하게 사회로 나갈 수 있다며 자아 찾기에 대한 강연을 했다.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명함을 받아들고 나왔다.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아……. 점집에서도 나를 찾는 자기계발에 대해 이야기하는구나, 점집에서조차 이런 얘길 듣다니,.. 안되겠다. 정신 차리고 뭐라도 시작해야겠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자격증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검색하던 중 놓치면 절대 안 될 정보를 얻었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이 내년부터 개정된단다. 취득을 위해 필요한 이수과목수가 늘어나고, 비용은 늘며, 시간도 더 걸린다는 것이다. 사실 예전부터 약간의 관심은 있었지만, 마감임박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바로 결정했다. 그래 나는 사회복지사자격증을 딸 것이다.
이것이 내가 사회복지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이유의 80%이다. 자아를 찾아야 한다는 무당의 말에 자극을 받았던 것이다. 그동안 주변에서 나를 보며 안타까운 눈초리로 뭔가 해보는 게 어떠냐는 말을 했다. 지인들은 내가 상처 입을까봐 굉장히 조심해서 말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쓴 소리를 듣고 나니 나의 현실이 보였다.
그래서 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래서 점집을 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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